[오늘의 한국=김영순 기자]2012년 12월은 물론 제18대 대선의 달이었지만, 동시에 파란만장했던 서울시 교육감 자리를 다시 선출하는 자리기도 했다. 당시 문용린 교육감의 당선에 힘을 실어줬던 것이 후보 선출 당시에 있었던 이상면 서울대 법대 교수의 과감한 후보 사퇴 발표였다. 이는 보수 진영의 결집력을 높여줌으로써 문용린 교육감이 무난하게 서울시 교육감 자리에 오르게끔 도와줬다. 그후 1년 반이 지난 지금, 이 교수는 2014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 출마를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그의 입을 통해 후보 사퇴 당시의 심경과 이후 살펴 본 서울시 교육의 흐름, 그리고 본인이 그리고 있는 교육의 큰 그림을 살펴본다.

교육계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정치로부터 자유로운 교육’을 꿈꾼다. 그러나 그러한 열망과는 정반대로, 한국에서 교육계는 가장 치열한 정치적 대립이 존재하는 영역이다. 2006년부터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 이후 주민 직선으로 치러지고 있는 지방 교육감 선거, 그 중에서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정치 대립의 치열한 장이 되어 왔다. 이는 서울시 교육감이 연 7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과 7만여 명에 달하는 교원 인사권을 쥘 수 있는 ‘현실적인 측면에서’ 강력한 권력을 가지는 자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교육감, 독이 든 성배의 역사
주민 직선으로 처음 당선된 서울시 교육감은 기존의 서울시 교육감 자리를 유지하는 데 성공한 공정택 전 서울시 교육감이었다. 그러나 공 전 교육감은 뇌물 수수 혐의로 공직선거법 위반이 확정되면서 1년여의 교육감 생활을 마치고 감옥으로 들어간다. 보수 진영의 대표적 인사인 공정택 교육감의 불명예스러운 퇴진은 보수 진영에 반발하는 기조를 만들었고, 이러한 흐름은 진보 진영의 인사였던 곽노현 전 교육감을 서울시 교육감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곽 전 교육감은 이후 선거 단일화 과정에서 상대 후보를 매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되었고 수감-복직-유죄 확정의 과정을 거쳐 2년 3개월 만에 역시 불명예 퇴진해야 했다. 곽 전 교육감에 대한 실망과 비판은 진보 진영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졌고 보수 진영의 후보로 나온 문용린 교육감을 새로운 서울시 교육감 자리에 안착시켰다.
그러나 2012년 12월에 당선된 문용린 교육감이 서울시 교육감으로 있는 시간은 고작 1년 반 정도로 짧다. 2014년 6월에는 다시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열린다. 문용린 교육감 측에서는 재선 필승을 바라며 준비를 다지고 있는 모양새고, 그에 대항하는 보수 진영의 인사들도 속속 준비를 시작하고 있는 양상이다. 그 중에 이상면 서울대 교수가 있었다.

“후보 사퇴는 고통스러웠지만 해야 할 일이었다”
“당시 단일화를 이뤄낸 진보 진영에 맞서려면 보수대연합의 단일후보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누군가 한 명은 희생해야 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고통이 따를 테지만 말입니다.”
이상면 전 서울대 교수는 작년 12월,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문용린 후보를 지지하며 후보 사퇴를 결정한 때를 회상하며 말했다. 당시 진보 진영에서는 전교조위원장이었던 이수호 후보가 단일 후보로 나왔던 때였고, 후보들이 난립했던 보수 진영에서는 힘을 모으기 위해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다. 이 교수는 그러한 흐름을 존중해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만약 이수호 후보가 됐다면, 현 정권의 방향과 유리되어 서울시 교육을 운영하기가 지금보다 더 어려웠을 겁니다. 그러고 보면 결과적으로는 많은 시민이 원하는 방향대로 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교수는 문용린 교육감이 이끈 지난 8개월에 대한 평가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서울 교육 하나만 망치는 것도 모자란가”
“잘 하시려고 노력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건강도 안 좋으신 것 같지만 평생 교육에 몸을 바친 분으로서 당연한 일일 겁니다. 그런데 그 분이 예전에 진보 계열에 계셨다가 보수 쪽으로 들어오셔서 그런지 몰라도 정책 면에서 약간 흔들리는 점이 있어요. 이를테면 자유학기제가 그렇습니다. 자유학기제를 중학교 1학년한테만 한다는 말인데, 저는 개인적으로 중학교 1학년 때 마음을 잡아서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그 전에는 공부가 뭔지도 몰랐고, 중학교 1학년 때 제가 공부의 긴장을 낮췄으면 어떤 길을 걸었을지 모르죠.”
이 교수는 학기를 형편에 따라서 운용하면서 자유학기 기간에 진로 탐색 등등을 진행하는 건 반대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진로 탐색은 학기 내에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학생들을 피곤하게 하면 안돼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열심히 하도록 해야지. 그리고 학부모들이 자유학기라고 아이들을 가만히 두겠어요? 사교육이 더 늘어나겠죠. 한 학기 자유학기를 운용한다고 해서 아이들 진로가 바뀔 리는 없다고 봐요.”
이 교수는 문용린 교육감이 시행하려 하는 자유학기제가 전국적으로 도입될지도 모른다는 소식에는 격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교육 하나만 망치는 것도 모자라 전국적으로 망치려 하냐고 반문했다.

중립교육의 가치가 최우선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정권이 바뀌면 교육이 흔들리는 게 문제입니다. 교육은 헌법에 중립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분명히 쓰여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감 선거에서부터 보수, 진보로 갈려서 싸우는 건 아니라고 봐요.”
이 교수는 교육과 정치의 선을 철저하게 그어야 한다고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보수 성향이라든지, 진보 성향이라든지 얘기는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걸 정당 차원에서 하면 안 된다는 말이었다. 교육에 있어서, 의견을 넘어 정치단체가 행동으로 실력 과시를 하는 건 선을 넘는 일이라는 게 이 교수의 지론이었다.
“과거에 광화문을 지나가다가 당시에는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의 유세를 보게 됐는데, 그때 그 자리에서 문용린 후보가 박근혜 대통령이 도착하지 않았다 하여 자신이 유세를 하는 걸 봤어요. 그게 교육의 중립성입니까? 교육이 해를 거듭할수록 그릇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이 교수는 이미 2014년 교육감 선거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다잡고, 그동안 꾸준히 세를 정비하고 준비를 진행한 상태였다. 그래서 이 교수가 그리는 큰 그림이 궁금해졌다.
“요즘 곧잘 나오는 학교평준화, 대안학교 등의 방식은 형식에만 치중하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교육의 내용이 부실해지는 거죠. 정권에 따라 교육의 형식이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겁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입니다. 그래서 중립교육의 원칙을 달성하는 게 중요합니다. 보수 정권, 진보 정권 할 때마다 교육정책이 바뀌면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나라 교육 현실은 아주 병들고 무너져 내리는 상태다. 해가 갈수록 학생들의 수준이 낮아지고 있다. 얼마나 심각하면 조국을 버리고 해외로 나가겠는가. 하지만 해외에서 공부를 해도 다 성공하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훌륭한 교육을 해 외국에 나가지 않고도 해외에서 교육을 받는 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게 하려 한다. 가능하다고 본다. 또한이 교수는 333교육강령을 내세우고 있다.

문답식 교육법으로 교육 개혁 이룩한다

이 교수는 다시 한 번 교육의 중립성을 강조하며, 이어서 최근 발견되는 교권 붕괴 현상에 우려를 표시했다.
“제가 학교 다닐 때와는 현저히 달라요. 지금 교사 봉급이 적은 편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일선 교사들은 힘들어 합니다. 그래서 교권은 법으로써 보장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권리 ‘규범’을 전 국민이 지키는 그런 사회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이를 위해 이 교수는 ‘교호교육’의 원칙을 들었다. 교호란 서로가 눈을 맞추고 소통한다는 의미다. 여기서는 이 교수가 인터뷰 중 유난히 강조한, 주입식 교육에 대한 거의 절박함에 가까운 강한 반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일방적인 교육은 절대로 안 됩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을 하고 있잖아요? 이걸 반드시 뜯어 고쳐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실현하겠는가. 그 방법으로 문답식 교육을 들 수 있습니다.”
문답식(Socratic) 교호교육이란 이 교수가 주장하는 소크라테스식 교육방법을 말한다. 교사가 학생과의 문답을 통해 사고력 즉 ‘생각하는 방법과 능력’을 키우는 교육방법으로, 소크라테스가 자신의 질문과 상대방의 답변을 통해 사고의 능력을 기르던 것에 참고하여 만들어졌다. 그의 제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그 방법으로 교육을 받았었던 것이다.
“교육을 듣는 걸로만 했던 사람은, 지루해서 졸겁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식 문답 교호방식으로 교육을 받은 사람은 그게 체질이 됐기 때문에 어느 상황에서나 대응을 잘하고 바른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소크라테스 교육방식으로 기반하여 서양의 교육은 만들어졌고, 문화가 구축될 수 있었던 겁니다.”
이 교수는 또한 실습 교육을 강조했다. 이것 역시 주입식 강의를 없애기 위한 한 방법으로, 학생들이 교사의 지도에 따라 실제로 현장에서 실습하며 터득하게 하는 교육방법을 말한다.
“요즘 학생들에게는 책을 옮기라고 해도, 책을 묶을 줄 몰라요. 저는 중학교 입학시험을 칠때 실기고사로 했었습니다. 실기교육을 받는 것이 아직도 생활에 도움이 되요. 그래서 실습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금의 학생들은 기본이 너무나 허약하기 때문이죠.”
이 교수는 그러면서도 학생은 누구나 장점이 있으며 그 장점을 모두 발굴하게끔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선 그 장점을 계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었다. 최근 등장하는 전인교육, 인성교육 등 교육의 기본을 확실히 하는 것으로부터 출발, 형식에 치우치지 않고 기본에 입각한 내용 즉, 콘텐츠를 만들자는 개념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주입식 일방주의 교육으로 병들어 이미 거대한 정신병동이라는 학부모? 학생 ?교사 모두 동참한 캠페인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학생과 교사는 있지만 제자와 스승이 없다고 지적한다. 이 교수는 “스승과 제자와의 관계는 특별한 관계이므로 국가권력이 간섭해서는 안 된다. 교실이 붕괴하면 질 좋은 교육을 못 받게 된다. 인권은 종합적인 개념이라 인권을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반영해 훨씬 부응하는 인권규범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교권을 법규범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젊은 시절 중ㆍ고교 교원자격을 취득, 고향(충북 청원)에서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한 고등공민학교를 세워 농촌교육운동을 펼쳤다. 그 상록수운동에 이어 환경운동, 독도키기운동 등 사회운동을 해왔다.
“교수 생활을 하면서 갈수록 학생들의 수준이 떨어져 가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왜 그런지 살펴보니 초중고 교육이 무너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정치에 볼모로 잡혀 무너진 교육을 법치로 세우는 법치교육감이 되고 싶습니다.”
<현대문학>지 시부문으로 데뷔한 文人이라 법학과 문학 이전에 교육을 먼저 시작했다는 이 교수는 30년 동안 서울대학교 법과 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하면서도 다양한 업적을 남겼다.

2014년 교육감 선거, 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
“작년에는 사실 준비가 덜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준비가 되어 있고, 착실하게 해나가려 하는 자세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동지들과 서포터즈 규합을 진행했구요. 이제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이 전 교수의 목소리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자신감이었다. 그리고 작년 후보 선거 때 내놨던 ‘333강령’을 보다 보충하여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33강령’은 3원칙(중립·권리·교호 교육), 3방법(문답·실습·계발 교육), 3방안(장려·건강·전인 교육)을 말한다. 이 캠페인에 동참하면 우리나라의 교육은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이고 ‘가고 싶은 학교’ ‘신나고 활기찬 학교’로 바뀔 것이라는 비전을 갖는다.
가정교사부터 개인과외, 입시 학원 선생, 교장, 교사, 대학 교수 까지 교육에만 일관해 온 이 교수는 무너진 교육의 원칙을 바로 세우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정치의 영향을 받지 않는 중립교육을 확립시키고 주입식 교육을 완전히 없애고 소크라테스식 문답 교호 방식을 실시하겠다는 이 교수의 새로운 도전이 어떤 결과를 만들지 주목해 본다.
교육은 매우 중요한 국가사무다. 그래서 교육만큼 빠른 길도 없다. 헌법에 ‘교육받을 권리와 의무’를 명시한 이유도 그만큼 교육의 중요성과 국가 책무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지역 분권화만을 내세워 교육의 국가 책임을 방기해서는 안 된다. 특정 정당 소속의 지자체장이 교육감의 인사권이나 선발권을 갖게 될 경우 교육에 있어 정파적 색채와 교육 포퓰리즘 정책의 심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입국’은 정치 구호가 아니라, 국민의 가장 큰 바람이자 대한민국의 미래임을 잊지 말아야 함을 이상면 교수를 만나면서 더욱 명확해졌다.

김영순 기자  jjim07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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