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전 경기도지사(현 새누리당 대구 수성갑 당협위원장)는 지난 10일 경제정책 토론회에서 축사를 통해 “현재 한국은 경제위기, 인구위기, 안보와 남북관계의 위기, 정치위기 등 4대 위기에 봉착해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한국경제 침체, 세계 최하위의 출산율과 급속한 고령화, 지속적인 수출 부진, 가계부채 등 서민들의 팍팍한 삶 등 한국경제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그러나 우리 국민들의 저력과 능력을 믿기에 한국경제의 미래는 희망적이다. 우리가 힘을 모아 뼈를 깎는 구조개혁과 새로운 성장전략을 추진하면 3%대의 성장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김문수 전 지사는 한국경제의 3%대 성장을 위한 4가지의 핵심 과제를 제안했다.
첫째, 새로운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의 성장 동력인 수출을 지속 확대하면서 서비스산업의 규제 완화로 내수 활성화와 수출 산업화해야 한다.
둘째, 기술혁명에 기반한 새로운 산업혁명을 해야 한다. 전면적인 규제 완화로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을 IT 기술과 결합시킨 융복합산업화하고,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촉진을 지원해야 한다.
셋째,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대응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젊은이들이 쉽게 결혼과 함께 출산하는 정책적인 지원과 노인 빈곤을 완화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또한 부족한 노동력을 해결하기 위한 청년 교육의 질적 제고와 이민정책에 대한 국민적 논의도 필요하다.
넷째, 유능하고 강력한 희망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우리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발전적으로 계승할 수 있는 깨끗하고 도덕적인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다. 새로운 리더십은 부패와 무능, 부도덕함으로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정치를 일대 혁신할 만큼 청렴하고 유능해야 한다.
▲이한구 국회의원, ‘한국 경제위기 진단과 일자리 대책’ 토론회 개최
이한구 국회의원과 국가비전포럼은 한국경제연구원의 후원으로 1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사학연금회관 세미나실에서 ‘한국 경제위기 진단과 일자리 대책’이라는 주제의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축사와 이한구 국회의원의 인사말에 이어 정구현 카이스트 초빙교수의 ‘한국경제의 진단과 새로운 비전 모색’,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의 ‘저성장 시대 일자리 전략; 서비스 빅뱅’의 주제발표로 진행됐다. 뒤이어 패널로 참석한 김정호 연세대 교수, 이인실 서강대 교수,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한편 토론에 앞서 국가비전포럼 대표인 신도철 숙명여대 교수는 인사말에서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고속의 경제성장을 이뤄 이제 선진국 문턱까지 왔다. 그러나 기존에 형성된 기득권이나 잘못된 이념, 선거를 의식한 정치권의 포퓰리즘 등은 올바른 방향으로의 제도 진화를 가로막고 있다”며 “선진국 따라잡기의 단계를 지나 최일류 선진국으로 나아가려면 정부 능력과 시장 능력을 공히 높여 나가야 한다. 특혜 추구와 발목 잡기보다는 열심히 일하고, 배우고, 투자하고, 아이디어를 개발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 교수가 대표로 있는 국가비전포럼은 선진통일강국이라는 국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 사회 각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인 정책포럼이다.
이한구 국회의원은 “한국은 가계·기업·정부 부문의 신용 리스크가 확대되고, 부동산과 증권 등 자산시장의 불확실성도 심화되는 등 일본식 장기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잠재력과 양질의 일자리를 확충하기 위해서는 ‘4대 부문 개혁’과 창조경제를 실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생산적인 세출구조의 전환을 통해 생산적인 분야(창조경제)와 인적자원 확충 분야(교육, 문화)로 자원이 확대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정구현 교수, 한국경제 개혁과제 10선 제시
정구현 카이스트 교수는 ‘한국경제의 진단과 새로운 비전 모색’의 주제발표를 통해 “현재 한국경제는 해외에서 높은 평가와 기대을 받는 것과 달리 저성장·저물가 선진국형 경제로 수렴 중이며 소비의 합리화와 경쟁 심화로 기업이 느끼는 불황은 심각한 수준이다”고 밝혔다.
정구현 교수는 한국경제 저성장의 구조적 원인으로 “인구동학(저출산·고령화, 생산가능 인구 감소), 국가 지배구조의 쇠퇴(국가와 시장이 변화하는 국내외 정치경제적 환경변화에 대응한 개혁 실패로 시스템 전체의 효율 저하), 수출주도 성장전략의 한계(세계경제의 장기침체와 세계교역 둔화)” 등을 꼽았다.
또한 정 교수는 현 정부, 정치권, 노조와 기업, 은행 등 각 경제주체들이 시대적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시스템 퇴보를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려면 경제와 기업이 저성장시대에 적응하는 방안이 필요하고, 기술의 대전환과 신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창조를 위한 기존 시스템의 파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교수는 “노동시장의 개혁 방향은 해고가 쉬워야 신규 채용이 쉬워지며 여성인력의 채용을 확대해야 한다”며 “한국의 청년실업 문제는 과대 포장되어 있으며, 그 본질은 기본적으로 교육과 수요의 미스매치 문제이다. 대학구조조정, 고용서비스, 교육훈련 강화로 미스매치를 완화해야 한다. 결국 노동시장의 유연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정 교수는 한국경제의 당면 개혁과제 10선으로 재정건전성, 관료개혁, 노동시장 유연화, 교육개혁, 기업의 퇴출 및 구조조정, 스타트업과 기업가정신, 저출산과 고령화 대책, 창조적 이민정책, 신기술산업, 기존산업의 고도화 등을 제시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는 ‘저성장 시대 일자리 전략; 서비스 빅뱅’의 주제발표에서 한국의 일자리와 그에 대한 인식, 전통적 노사관계, 사라지는 일자리와 새로 생기는 일자리, 일자리 창출 전략, 일자리의 미래 등을 논하고 “사라지는 일자리를 어디까지 보호하느냐가 관건이다. 노사정위원회의 진도가 나아가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시장논리로 따지면 마땅히 사라져야 할 기업이 많다. 그러나 처리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최병일 교수는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의 후진성으로 전체고용의 70%를 차지하는 높은 비율, 낮은 생산성(제조업의 절반, 선진국은 제조업과 유사), 영세 자영업 비중의 과다(28.8%로 선진국의 4배, 인구 1000명당 음식점수 12.2개, 미국은 1.8개)를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인천 기준 비행거리 2시간 이내 인구 100만명 이상의 도시가 41개인 사실을 들며 서비스 빅뱅 시대를 제안했다.
최병일 교수는 “중국 관광객이 한국에 오고 싶지 않은 이유는 호텔이 불편하고, 중국 식당이 없으며, 즐길 거리가 없는 탓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매력 있는 스토리를 많이 팔아야 한다”며 “강남 성형외과에는 중국인이 많이 찾는다. 병원에서 2주간 머물러야 하는데 병원 옆에 호텔을 짓지 못하게 하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고 안타까워했다.
최 교수는 “저성장 시대의 일자리 전략은 서비스산업의 빅뱅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지금까지의 후진적인 서비스 공급체계를 개선해 경쟁과 개방, 개선과 확대를 통한 선진화된 ‘COREA(Competition + Opening + Reform + Enlargement = Advancement)’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 김정호 교수, 면세점업 자유화와 투자개방형 병원 허용 주장
본격 토론에서 패널로 참석한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1970년대부터 성장을 이끌었던 6대 주력업종들이 급격히 쇠락하면서 위기에 빠진 한국경제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갖기 위해 좀비기업 정리,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가 지적한 좀비기업 정리 방법은 두 가지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첫째는 기업들의 사업재편을 쉽게 해주어야 한다. 소위 원샷법(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도 한 가지 방법이지만 상시 허용해야 한다. 둘째는 정책당국은 은행들이 가망 없는 채무 기업들을 조속히 매각 청산하도록 해야 한다. 회생 가능성 없는 기업들은 가급적 빨리 청산해야 한다.
김 교수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대해 “국내 근로자, 자영업자들과 마찰이 적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업 분야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례로 중국 관광객의 한국 방문 목적 1위는 쇼핑이라면서 관광객 상대의 면세점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면허제인 면세점업을 자유화하자는 얘기다.
또한 김 교수는 외국인 상대의 의료관광에 한해 투자개방형 병원 허용, ‘농업의 기업화’를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청년들이 세계 시장을 상대로 농업 비즈니스를 펼쳐 기업농이 출현할 만큼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대한민국 일자리 창출의 보고를 서비스산업으로 본 발제자의 시각에 공감한다. 특히 금융, 보건 등 서비스산업에서 새로운 고용형태가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것은 자명하다”며 “그러나 이들 서비스산업이 공장법적인 보호제도로 질식사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고용 형태와 상관없이 근로자 개인의 보호를 강화하는 방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인실 교수는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에 대해 “이번에 정년 연장 및 법제화, 근로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 등 임금체계 개편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사회적 대화의 활성화와 신뢰를 구축하고, 인구 고령화를 고용 문제 해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10년에 한번꼴로 찾아오는 한국경제 성장통을 공공개혁, 노동시장 개혁, 자본시장 개혁, 인구정책, 신산업 정책 등에서 선도적 전략으로 정책 프레임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마지막으로 정책토론회 사회를 보며 토론을 이끈 이한구 의원은 “한국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작년부터 머리를 싸매고 연구해 왔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희망이 없다. 선진국도 2000년대 금융위기를 맞이했지만 어떤 해결책도 없이 달러만 찍어대고 자기들끼리 내부적으로 싸움질만 계속 하고 있다”며 “우리는 더 심각하다. 해법을 찾는 데 반은 찾고 반은 못 찾았다. 뭐가 진짜 위기냐 하면 해법이 있어도 실천하지 못한다. 일본의 잃어버린 25년이 자꾸 생각난다”고 말했다.
이어 이한구 의원은 “우리보다 발전됐고 조직적으로 연구를 엄청 많이 했던 일본도 20년간 단 1%의 성장밖에 못했다. 그런 반면 우리나라는 지금 공무원은 수준이 높은 반면 행정은 무사안일주의에 빠져 있고, 기업들은 재테크나 무소신 보수 경영으로 일관하고, 국민사회는 국가가 돌봐주는 데 익숙하다”며 “과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민주주의 속에서 국민의식이 높아질까? 이게 쉽게 해결될 것이 아니다. 해결하려면 걸핏하면 조직화해 일어나고 데모 몇 번 하면 다 해결된다. 이런 질서 하에 어떻게 미래예측이 가능할까? 과거와 다른 것 중 핵심은 기업이다. 요즘 기업은 옛날 기업과 다르다. 역사로 흘러가면 저절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는 생각은 비논리적이며 현실적으로 안 맞는다. 일부 학자들은 긍정적으로 보지만 현상유지도 쉽지 않다. 지금 이 시점이야말로 정신을 바짝 차리고 되돌아봐야 할 때이다”고 토로했다.
박관식 기자 bkslife@naver.com <저작권자 © 오늘의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