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9시. 빼꼼히 양문이 열린다. 화소반의 아침을 여는 신호다.

   밤새 1200도 이상의 열기를 담아내는 그룻들의 열기가 고스란히 매장에 머물러 있어 밖으로 환기시키는 작업이 우선이다. 그리고는 흙덩이를 기본 반죽으로 준비하는 토련 작업으로 화소반의 본격적인 아침업무가 시작된다.

원 모양의 물기 있는 음식을 위한 그룻은 물레작업을 통해 조형이 되며 물기 없는 음식들을 담아낼 판판한 그룻은 판 성형작업을 통해 형태를 잡아낸다. 화소반 김화중대표의 4년 동안 매일처럼 반복되는 하루의 시작이다. 주문량이 밀려있는 요즘은 가마2개가 풀로 가동해도 빠듯하다. 직원이 6명. 하지만 밀려드는 주문량을 소화하는 작업이 만만치가 않다. 그룻이 마르고 열기를 빼는 데 걸리는 시간을 포함해 완전한 제품이 되기까지는 10일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도예과 출신으로 졸업후 8년을 도예작품에 주로 몰두해왔다. 그러다 결혼을 시작으로 ‘그룻’이라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음식을 하는 주부가 되면서 같은 음식이라도 담아내는 그릇에 따라 차원이 달라지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실생활에 필요한 도예로 그릇공방을 시작한 것이 4년째다.

그는 작은 밥상이라는 의미를 담은 ‘화소반’이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그룻 공방을 시작했다. 작은 밥상이라는 ‘소반’과 대표이름의 화합할 ‘화’, 그리고 불을 의미하는 ‘화’, 식탁을 장식하는 ‘꽃’을 의미하는 것으로 ‘화소반’이라는 이름을 짓게 됐다.

미니멀한 디자인
쉼을 담아내다

   “어떤 음식을 담아내도 음식을 살리는 그런 그릇을 만들고 싶었어요. 음식을 앞지르지 않는 디자인 그것이 미니멀리즘이었고 저의 생각처럼 기막히게 음식을 담아내더군요.” 화소반의 그룻은 무채색 일색이다. 흰색과 화려한 색깔의 그릇이 만연했던 시절에는 꿈도 꾸지 못할 시도이다.

   김 대표는 “너무 복잡한 세상과 패스트 문화가 자리 잡은 요즘엔 우리에게 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식사를 할 때도 마찬가지죠. 식사하는 순간이 또 다른 쉼이 돼서 새로운 에너지를 창출할 수 있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이었죠.”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무채색의 단순미에 둔탁한 듯한 그룻의 가장자리가 특색인 그의 그룻은 우리에게 쉼을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하더라도 대중에게 공감을 끌어내기란 쉽지 않을 터. 그의 미니멀한 시도가 대중을 사로잡은 건 최근이었다. “아트페어를 통해 그룻을 세상을 알리고 그동안 꾸준한 사진작업을 통해 관리했던 블로그와 홈피를 통해 고정 고객들이 확보되기 시작했어요. 주말에는 지방에서 평일에는 서울경기지역 손님들이 주로 그룻을 구매하러 오시곤 하시죠~”
 
    2013년, 2014년 리빙 아트페어에 참가했던 화소반은 대단한 인기리에 아트페어를 마감했다. 워낙 부지런한 성격의 평소 그룻을 많이 준비한 덕에 예상치 못한 많은 물량을 다 맞출 수 있었다는 주변의 전언이다.

  “요즘유수의 업체에서 만든 기성 그룻에서 몸에 좋지 않은 물질들이 검출됐다는 기사 보도에 주부들이 민감해진 탓인지 관심이 더하는 듯해요.” 환경오염이다 유해한 물질이다 해서 건강함을 지키기 위한 특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요즘, 건강을 위한 제품들을 선호하는 웰빙족들이 다시 늘어나는 것이 사실이다.

  그의 그릇은 이런 니즈를 예감한 청담 등 10개 주요 지역의 그릇 전문 판매처로 공급되고 있다. 또한 발빠른 인터넷 웰빙족들의 입소문으로 인터넷 판매 또는 택배판매로 직거래가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이다.

나를 담은 그릇, 그릇에 나를 담다    

어린 시절 유난히 흙이 좋았던 그가 도예학과를 선택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비단길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그가 이 길을 계속 걸을 수 있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겉으로 화려해 보이는 도예가라는 것이 여성들에게는 힘이 부치는 게 사실 이예요. 그런데, 내가 힘들게 만들어 낸 그릇에 음식을 담아 귀한 손님들에게 내어 놓았을 때 쏟아지는 반응에 행복한 미소를 짓는 주부들을 생각하면 쌓인 피로가 한순간에 풀리곤 하죠.”라고 밝히는 김대표.

  그는 굽는 동안 깨어지기도 하는 그릇을 차마 버리지 못한다. “부족하고 깨어져서 제 역할을 못한다하지만 제 자식이나 마찬가지인걸요.”하자가 있는 그룻들은 예외 없이 화소반을 돗보이게 해주는 화분으로 재탄생하곤 한다.

     같은 흙이지만, 유약의 비율이나 그릇에 닿은 온도에 따라 매번 약간씩 다른 모습의 그릇으로 태어난다. 그것을 기대하며 기다리는 시간은 그에게 설레임이다. 이제는 그 설레임을 단골 고객들에게도 선사할 계획이다. “앞으로 형태나 유약의 비율을 달리해서 색다른 색감을 시도해보는 등 신제품 라인도 선보일 계획이예요.” 김 대표는 앞으로도 끊임없는 노력으로 화소반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켜나갈 계획이다.
 
    “생산 물량을 맞추기 위해 가마를 하나쯤 더 들여야 할 것 같아요.”예쁜 그릇을 주문하고 기다려야 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알기에 김 대표의 마음이 분주해진다. “향후 3여년정도 후에는 더 큰 매장을 얻어가고 싶은 꿈이 있긴 한데......”
 
  그릇을 진열하고 전시를 보고자하는 손님을 안내하며 1층과 지층 갤러리를 하루에도 수차례 오르락 내리락하는게 쉽지 않다. “한 층에서 가마와 매장이 동시에 구비되어서 방문하는 손님들이 더 편히 볼 수 있도록 할 수 있으며 좋겠어요. 또 생산해 낸 그룻들을 쌓아둘 충분한 공간도 필요하구요”라며 소박한 꿈을 밝히는 김 대표. 그가 꿈꾸는 가까운 미래의 화소반이다. 그룻이 그를 담아내고 그의 철학이 그릇에 담겨있는 혼연일체. 그가 그려내고 있는 화소반이다.

신수경  au2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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