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을 통해 불우이웃 돕기 전시회를 가져 미술인들에게 훈훈한 정을 나누는 미술화가가 있어 화제다. 오는 9월 21일부터 27일까지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루벤에서 전시되는 ‘제2회 2016 열린마당 회화제 이웃사랑 전시회’를 준비하는 김태윤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이번 전시는 작품 판매금액의 30%를 이웃사랑 성금으로 기부한다. 사랑의 대상자는 따뜻한 하루 627호 주인공인 아름(가명)이와 아름이 엄마다. 모든 수익금을 성금으로 기부하는 ‘이웃사랑 전시회’로 그의 홈페이지(shsart.com)에 공지하고 있다.

2015년 7월 ‘1회 열린마당 회화제’에서 171만8600원을 기부하고 올해 두 번째 이웃사랑 전시회를 마련한다. 참여 작가는 1회 이상 전시 경험자로 25명을 모집하며 참가비는 12만원이다.

이 전시회는 홍대 앞 창작지원 오픈스튜디오 열린마당(070-7774-6747)에서 주관하며 (주)신한커머스가 협찬한다.

김태윤 작가는 “우리 주변에는 참 어렵고 슬픈 분들이 많다. 저는 물론 미술작가들도 역시 풍족하지 않지만 그래도 마음이 따스한 분들이 많아 작은 보탬이라도 되기 위해 마련한 전시회다.”며 “지난해 처음 뜻 맞는 작가들이 전시회를 마련해 작지만 소중한 170여만 원의 성금을 전해 주었다. 올해는 보다 더 많은 성금을 전해 주었으면 하는 소망이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올해 도와줄 사랑의 대상자는 아름이와 아름이 엄마이다. 10년간 아이가 없어 입양한 아름이 엄마는 남편과 함께 아름이가 돌이 될 때까지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다가 남편이 갑자기 시댁으로 가 버렸고, 시어머니조차 아름이를 손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매몰차게 대했다”며 “결국 엄마는 아이를 키우겠다는 조건으로 위자료도 못 받고 이혼했지만 남편은 다른 여자와 재혼했다. 마지못해 아름이를 위해 열심히 일하며 살아온 엄마는 너무 몸을 돌보지 않아 우울증과 갑상선 항진증을 앓아 제때 치료받지 못해 건강이 악화됐다.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고 아이를 선택한 엄마, 어릴 적 충격으로 늘 불안증세를 보이는 아름이에게 힘이 되어 주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

이런 좋은 일을 하는 김태윤 작가가 그야말로 오랜만에 자신의 첫 번째 작품 전시회를 가졌다. 지난 달 3일부터 9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루벤에서 ‘그림일기 전’이란 김태윤 개인전을 열었다.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 일훈일유(一薰一蕕). 놓아야 할 인연의 끈. 2014년 4월 16일. 리날도의 사랑. 그분이 계셨던 곳. 이상의 벽을 넘어. 부활 그리고 희망. 마음 아픈 날. 계획된 하루 등….

그의 작품 제목만 놓고 봐도 어딘가 모르게 은연중 철학적인 이상에 빠지도록 유도하는 듯하다. 실제로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 우드 글루 접착제, 석고, 백시멘트, 아크릴 물감, 제소, 나뭇가지 등 특이한 재료로 그리고 만든 조형 작품은 관람객을 한동안 고민에 빠뜨린다. 자칫 머리 회전하기를 꺼려하는 편의주의자들은 괴로운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2014년 4월 16일」이란 제목의 작품은 언뜻 보면 당황하겠지만 자세히 보면 금세 고개가 끄덕여지는 동시에 숙연해진다. 그날은 세월호가 제주도로 항해하다가 사고를 당한 날짜이기 때문이다.

캔버스에 파스텔로 그린 이 작품 바탕에는 ‘2014년 4월 16일’을 ‘#bjad c* #dpl #afol’라는 점자로 새겨 넣었다.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뜻이다.

김태윤 작가는 “2014년 서울에 벚꽃이 모두 질 무렵 너무나도 안타까운 참사가 있었다. 차갑디 차가운 바다로 하늘이 무너져 내린 날이다”며 “점자를 넣은 이유는 관람하는 분들이 그날을 기억한다는 의미로 작품을 쓰다듬어 주길 바라는 뜻에서였다”고 설명했다.

2014년 제43회 구상전 공모대전 대상 작품인 「일훈일유(一薰一蕕)」도 오묘한 뜻을 품고 있다.

일훈일유(一薰一蕕)는 향초와 누린내 나는 풀이다. 하지만 좋은 냄새 나는 풀과 고약한 냄새 나는 풀을 같이 놓으면 악취만 난다. 선행(善行)은 지키기 힘들고 악행(惡行)은 제거되기 힘들다는 말이다.

김태윤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더러운 냄새가 나는 풀과 향기가 나는 풀을 잘 구별해야 한다. 항상 진짜보다는 가짜가 진짜인 것처럼 보이기 십상이다. 냄새 역시 더러운 것이 더 진동하게 마련이다. 향기는 은은하게 풍겨 오는 것이지 더러운 냄새처럼 진동하지 않는다.”며 “인간사도 마찬가지다. 빈 수레가 요란한 것과 달리 알짜배기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아부보다는 비판을 위한 비판 또한 중요하다고 본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전했다.

그는 첫 번째 개인전에서 도록도 낭비라면서 일부러 제작하지 않았다. 비싼 종이와 인쇄비에다 에 미술평론가까지 붙여 만드는 것이 성에 차지 않았던 것. 그러나 관람객들은 도록 없이도 작품을 이해하는 데 그리 어려운 고통이 따르지 않았다.

개념만 생각하는 무개념 미술평론가…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경험은 나의 작업에 있어 어떤 감성을 유도하기에 충분하다 못해 버겁기까지 하다. 가슴 벅찬 환희나 세상을 살맛나게 하는 좋은 이야기, 믿기지 않는 기적 같은 이야기······. 또한 가슴 저미어오게 하는 소식, 어이없는 정치인들의 행보, 그림 잘 그린다고 생각하는 가수, 개념만 생각하는 무개념 미술평론가, 빈익빈 부익부······!”

2016년 8월 그가 작가노트에 남긴 글은 한동안 읽는 이에게 멍한 감동을 준다. 그리고 그 여운을 오래 간다. 참 지독한 작가만의 야윈 아픔이 전해진다.

김태윤 작가는 “몇몇 작가들이 개인전을 보고 ‘첫 개인전이라 욕심을 내 너무 다양한 작품을 낸 것 같다’고 했다. 화가는 그림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한다고 말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꽃만 그리거나 인체, 평면, 입체, 개념미술, 구상미술 등 자신이 좋아하거나 자신 있는 장르에만 목을 맨다.”며 “나에겐 선배이고 은사이신 분들이 한 우물만 파라지만 난 이런 작업 자체가 한 우물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우물은 조형예술이고, 깊이만 있고, 폭 좁은 우물이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누구처럼 개념미술만 포장해서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고, 자기 이름 팔아서 전시하고 싶지도 않았다”고 항변했다.

세종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김태윤 작가는 제48회 목우공모미술대전 특선, 제5회 대한민국 누드미술대전 특선, 제42회 구상전 공모대전 입선, 제43회 구상전 공모대전 대상, 제55회 소년한국일보 전국미술대회 심사 등의 경력이 있다.

또한 「미술, 매체로서의 소통」전, 「아시아 스페이스」전, 「관계의 미학」전, 「미술 산책」전, 「화합과 소통의 미학」전, 부산 KBS홀 전시 등 전시회에 참가했다.

한편 『드로잉 입문서』 저자인 김태윤 작가는 미술학원 윤아뜨리에 원장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달 28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홍대 앞 창작지원 오픈스튜디오 열린마당에서 ‘기초 드로잉 이론’ 무료 강좌도 했다.

그는 미술 지도 선생님이나 혼자 그림을 배우려는 이들을 위해 『기초소묘 Ⅰ 스케치북』, 미술교양서 『드로잉의 시작과 끝』, 『드로잉 입문서』(1 ~ 6권)을 출판했다. 앞으로 수채화, 파스텔, 유화 등 다양한 장르의 입문서도 출간할 계획이다.

김 작가는 후학을 양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면서 창작오픈스튜디오, 파인아트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상(shsart.com / openmadang.com / taeyoonart.com)에서 많은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박관식 기자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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