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랜 시간 연기 활동을 쉬었던 3040 대표 여배우들이 올 상반기 대거 복귀를 예고했다. 작년 한 해 안방극장에서는 유독 신예 스타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MBC 수목드라마 ‘로봇이 아니야’의 채수빈과 KBS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인생’의 서은수, SBS 월화드라마 ‘사랑의 온도’의 조보아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신선한 마스크와 앞으로의 가능성을 무기로 내세웠지만 연기력 면에서는 아주 만족할 만한 평가를 얻지는 못했다. 연기력 논란의 위험성이 있음에도 신예 스타들을 캐스팅 하는 이유는 영화, 드라마를 막론하고 요즘 대부분의 작품들 속 극을 이끌어가는 배우들이 모두 남자이기 때문이다. 여자 캐릭터는 주로 남자 주인공을 뒷받침해주는 조연에 그친다. 그런 조연 역을 베테랑 여배우들이 맡을 리 만무한 것. 실제로 작년 한해 30~40대 여배우를 주연으로 내세운 드라마는 하지원이 출연한 ‘병원선’을 포함해 최강희 주연의 ‘추리의 여왕’, 엄정화 주연의 ‘당신은 너무합니다’, 장서희 주연의 ‘언니가 돌아왔다’, 정려원 주연의 ‘마녀의 법정’ 정도가 고작이다. 종합편성채널의 경우 그 차이는 더 극명하다. 김희선, 김선아 주연의 JTBC ‘품위 있는 그녀’와 신민아 주연의 tvN ‘내일 그대와’ 등을 제외하고는 지난해 종편에서 제작된 드라마 80% 이상이 신예 스타나 20대 여배우들을 기용했다. 충무로의 고질적인 ‘여배우 기근’이 브라운관에도 번지고 있는 것. 그러나 ‘시청률 보증수표’로 통하는 3040 여배우들이 올해 열일을 선언한 만큼 이런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고현정
올 상반기 컴백 첫 스타트를 끊은 사람은 ‘믿고 보는 배우’ 고현정이다. 고현정 출연 확정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가 되며 상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힌 SBS ‘리턴’이 그녀의 컴백 무대다. 2013년 MBC 드라마 ‘여왕의 교실’을 끝으로 우정출연 외에 별다른 드라마 출연작이 없던 고현정은 약 5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 이미 지난 1월 17일 첫 방영된 ‘리턴’은 스타변호사가 상류층이 개입된 살인 스캔들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으로 고현정은 스타변호사 최자혜 역을 맡았다. SBS 측이 ‘리턴’을 1월에 편성한 이유는 그만큼 고현정에게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작년 SBS 드라마는 특별한 흥행작이 없이 고만고만한 성적이었다. 시청률 면에서 대박을 친 드라마도 눈에 띄지 않는다. 결국 SBS는 고현정을 앞세워 설욕에 나선 것. 고현정의 ‘리턴’이 작풍성과 대중성을 모두 거머쥐며 SBS 드라마의 구원투수가 될지는 32부작이라는 긴 호흡의 드라마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남주
두 번째 컴백 주자는 김남주다. 지난 2009년 MBC 연기대상을 두고 고현정과 경합을 벌인 김남주는 이번에도 공교롭게 고현정과 컴백시기가 맞물려 고현정과의 연기 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번에는 ‘선덕여왕’의 고현정이 ‘내조의 여왕’ 김남주를 가뿐히 제치고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바 있다. 이번에는 방송사가 달라 상을 두고 경쟁을 펼치는 일은 없겠지만 동갑내기인 두 사람의 연기력 비교에 대한 언급은 드라마 방영 내내 시청자들 사이에서 회자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남주는 ‘넝쿨째 굴러온 당신’ 이후 6년 만에 복귀작으로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를 택했다. 2월 2일 첫 방송되는 ‘미스티’는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에게 메인 뉴스의 앵커 자리를 뺏기지 않기 위해 매일 일에 치여 살던 대한민국 최고의 앵커 고혜란(김남주)이 어느 날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이야기의 서막이 오른다. 김남주는 데뷔 이래 첫 앵커 역을 맡아 정확한 발음을 위해 실제로 JTBC 아나운서들의 도움을 받아 뉴스 보도에 맞는 발음을 배우는 등 오랜만에 드라마로 컴백하는 만큼 촬영에 임하는 열의와 열정이 남다르다는 후문이다.

김선아
김선아도 3년 만에 지상파로 컴백한다. 지난해 JTBC ‘품위있는 그녀’에서 미스터리한 간병인역을 맡아 억척스러운 연기로 흥행여배우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준 김선아는 SBS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로 2연타석 흥행에 도전한다. 그동안 털털하고, 유머러스하고, 주로 중성적인 캐릭터를 맡았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여성미를 뽐낸다. ‘키스 먼저 할까요’는 낭만적 사랑을 이미 끝내고 현실의 삶을 살아가는 어른들의 진짜 사랑이야기다. 극 중 김선아가 맡은 안순진은 뜻하지 않게 딸을 잃고 남편과 이혼후, 더 이상 멜로를 꿈꾸지 않는 인물이다. 일만 열심히 하며 살겠다고 마음먹지만 재벌가 손녀딸의 갑질로 인해 일자리마저 잃게 되고, 버겁고 힘든 현실 속에서 결국 또 새로운 사랑에 빠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간 보지 못했던 김선아가 연기하는 정통 멜로물은 어떨지 한껏 기대를 모으고 있는 ‘키스 먼저 할까요’는 2월 5일 첫방송이다.

손예진
스크린 활동에 집중했던 손예진도 오랜만에 안방을 찾는다. 오랜만에 연기활동을 재개하는 다른 여배우들에 반해 손예진의 경우 공백기 없이 스크린에서 활발한 연기활동을 이어온 케이스다. 출연 영화마다 빠짐없이 흥행시키며 막강한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그지만 안방극장에서 입지는 좀 다르다. 아직 인생작을 만나지 못한 탓일까. 그가 출연한 드라마는 대부분 시청률 부진을 면치 못했다. ‘손예진’ 하면 뚜렷한 대표 드라마가 떠오르지않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그의 전작 ‘여름향기’ ‘스포트라이트’ ‘개인의 취향’ ‘상어’는 시청률 면에서 아쉬운 성적을 거두며 이름값에 못 미치는 의외의 결과를 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손예진이 시청률 대박 드라마에 목말라 하는 것은 당연할 터. 하지만, 올 3월 그는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로 이런 갈증을 해소할 예정이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그냥 아는 사이로 지내던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지면서 그려가게 될 자극적이지 않은 따듯한 사랑이야기다. 특히 손예진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두고 “내가 그동안 기다리던 작품”이라고 말해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한가인
출산과 육아를 이유로 6년이라는 오랜 공백기를 가진 배우도 4월 연예계 복귀 신호탄을 알렸다. 지난 2012년 MBC ‘해를 품은 달’을 끝으로 연예계 활동을 잠정 중단했던 한가인 얘기다. 한가인의 복귀작은 영국과 미국에서 방송된 영국 원작 리메이크 드라마 ‘미스트리스’다. 미국판에는 국내 배우 김윤진이 주인공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한가인은 극중 사고로 남편을 떠나보내고 딸과 함께 사는 세연 역을 맡았으며, 30대에 접어든 여주인공 4명의 삶과 일, 사랑, 우정 등을 그린다. 자극적인 스토리전개로 해외에서는 ‘막장 드라마’라는 꼬리표를 달기도 한 ‘미스트리스’는 OCN 편성이 확정됐으며 국내 정서에 맞게 재해석될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는 고현정부터 한가인에 이르기까지 3040 ‘믿보배’ 여배우 라인업의 진용을 완성한 만큼 다양한 캐릭터와 그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든 배우들의 열연을 기대할 수 있을 거라는 것이 연예계 안팎의 분석이다.

이정현 기자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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