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섬이 가장 많은 나라 인도네시아. 그 수만 현재 1만 7000여 개에 이르고, 새로 발견되는 섬도 많아 정확한 수는 수시로 바뀌고 있다. 이 많은 섬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곳은 단연 발리다. 지상 최후의 낙원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해변과 온화한 날씨로 유명한 발리는 2004년 방영된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을 계기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를 꼽을 때 항상 순위 안에 드는 곳이 됐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에서 발리 외에도 최근 새롭게 각광받는 여행지로 급부상한 또 하나의 섬이 있다.

지난해 8월 SBS ‘정글의 법칙’에서 소개된 인도네시아 코모도섬이 바로 그곳이다. 코모도섬은 발리와 거리도 인접해 국내선으로 1시간이면 닿을 수 있다. 유난히도 추웠던 올겨울, 매서운 칼바람에 여행은 고사하고 집 밖으로 외출하는 것도 망설여졌다면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3월엔 볼거리·먹거리·즐길거리 이 세 가지 모두를 충족시켜주는 따듯한 섬 발리와 코모도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일상이 여행이 되는 곳, 발리

발리 하면 편안한 대형 리조트와 마사지 등의 힐링 테마 휴양지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비행기로 7시간이나 날아가 얻을 수 있는 경험이 그저 쾌적하고 편안한 리조트에서의 며칠 밤에 그친다면 연간 방문객 수가 500만 명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최대 관광도시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

발리는 맑고 깨끗한 해변이 많아 휴식을 취하기도 좋고 내륙의 땅 역시 특별해 가볼 만한 곳도 풍부하다. 그중 해안 절벽에 자리한 울루와뚜 절벽 사원과 발리의 전통시장 우붓은 빼놓을 수 없다.

발리 덴파사르 응우라라이 공항에서 택시로 40~50분 거리에 있는 ‘고귀한 절벽’이라는 뜻의 울루와뚜 절벽 사원은 자연의 힘과 세월로 빚어진 절벽이 시원한 바다 정취와 어우러져 경이로운 경관을 선사한다. 해발 75m의 아찔한 절벽 위에서 푸른 인도양이 철썩이는 풍경을 바라만 보아도 저절로 힐링이 되는 이곳은 영화 ‘빠삐용’과 국내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바다의 신을 모신 사원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사원으로도 손꼽히는 울루와뚜 절벽 사원의 또 다른 지명은 ‘몽키 포레스트’다. 이유는 사원을 거닐다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관광객들의 모자나 선글라스 등을 호시탐탐 노리는 악명 높은 원숭이들이 사방에 어슬렁거리고 있기 때문. 사원의 무법자 원숭이들에게 물품을 빼앗기면 되찾는 것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울루와뚜 절벽 사원을 방문할 때는 고가의 액세서리를 착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발리의 인사동’ 우붓도 수많은 여행객이 들르는 필수 코스다. 아트갤러리와 독특한 인테리어의 카페, 예술적인 정취와 전통문화가 공존해 가장 발리다운 곳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주요 배경이었던 우붓은 전통미술, 음악, 무용 등의 볼거리 외에도 부담 없는 가격대의 물건을 파는 다양한 상점이 몰려 있어 코코넛오일, 코코넛커피, 루왁 커피 등 기념품 쇼핑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상당히 고가에 팔리고 있는 루왁 커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 덕분에 발리에서 꼭 사야할 쇼핑 아이템으로 손꼽힌다. ‘고양이똥 커피’라고도 불리는 루왁 커피는 사양고양이가 커피 열매를 먹은 뒤 배설한 원두를 골라 씻어 만든다. 한때 사향고양이는 잘 익은 커피 열매만 골라 먹어 아시아 최대 커피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의 골칫거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이 사향고양이 덕에 인도네시아 커피 산업이 성공가도 루왁 커피 나시고렝. 사떼. 울루와뚜 절벽 사원. 를 달리고 있다.

하루 종일 걸어 다니며 구경과 쇼핑을 충분히 했다 싶으면 출출한 배도 채워야 한다. 해외여행에서 식도락만큼 큰 즐거움이 있을까. 입맛이 까다로운 이들도 반길 인도네시아 음식으로는 ‘나시고렝’이 있다. 한국의 볶음밥과 맛이 비슷해 먹기에도 부담이 없다. 쌀 대신 면을 넣고 볶은 ‘미고렝’ 역시 한국인이 좋아할 만한 음식이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 넘어온 숯불구이 ‘사떼’도 있다. 닭꼬치, 쇠고기꼬치와 비슷한 사떼는 센 불에 구워낸 뒤 달콤한 땅콩소스에 찍어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보고 먹는 것 외에도 서퍼들의 천국으로 알려진 블루포인트 비치의 뜨거운 햇살 아래서 선탠을 하거나 럭셔리의 극치 블루포인트 리조트에서 코코넛워터를 마시며 느긋한 일상을 만끽해도 좋다. 평범한 일도 발리에서라면 특별한 행복이 된다.

강 위에서 누리는 휴식, 코모도섬

발리 공항에서 국내선으로 1시간 정도면 코모도 국립공원이 있는 항구도시 라부안바조에 닿는다. 국내선 가격은 한화로 약 20만~30만 원. 현지 물가에 비해 비싼 편이지만 라부안바조행 비행기는 언제나 만석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이 섬을 찾는다는 소리다. 1991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코모도 국립공원에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소 높은 항공료의 값어치를 한다. 라부안바조에서 배를 타고 코모도섬으로 들어가야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된 코모도 국립공원에 도달할 수 있다. 코모도섬이 최종 목적지인 여행객들을 위한 크루즈투어도 준비돼 있다. 크루즈라고 하면 보통 큰 배를 상상하기 마련이지만 이곳의 크루즈는 작은 규모의 인도네시아 전통 배를 뜻한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이 안에는 샤워실은 물론, 침대·테이블 등 없는 것 없이 다 갖춰져 있고 식사도 제공된다. 이 작은 전통 배를 타고 2박 3일 일정으로 코모도섬 사이사이를 투어하면 여행 중 강 위에서 또 다른 여행을 하는 느낌을 받는다. 배 안에서는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볼 수도, 강바람을 벗 삼아 시원한 맥주를 즐길 수도 있다. 한없이 늘어져 독서를 하며 진정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추천한다. 특히 배 안에서는 인터넷이 전혀 되지 않아 외부와 접촉이 차단돼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며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 핑크비치

배를 타고 코모도섬으로 이동하면서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이 바로 핑크비치다. 마치 분홍색 물감을 물에 풀어놓은 듯 핑크빛이 감도는 물 색깔은 신비롭다 못해 몽환적인 느낌마저 자아낸다. 부서진 조개껍데기와 산호의 색소를 만드는 미생물이 뒤섞여 핑크색을 낸다. 지구에 존재하는 일곱 개의 핑크비치 중 하나가 바로 코모도섬 동쪽에 있는 이 핑크비치다. 핑크비치에서는 파도가 거칠지 않아 스노클링을 즐기기 좋다.

핑크비치에서의 여유로운 시간을 뒤로한 채 또다시 배에 올라 항해를 시작하면 약 20분 후 코모도 국립공원이 있는 코모도섬에 도착한다. 화산섬으로 이뤄진 코모도 국립공원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파충류 코모도 드래곤의 서식지다. 

코모도 드래곤은 전 세계에 5000여 마리만 남아 있는 희귀동물로 그 무게가 100kg에 달할 정도로 크다. 평소에는 느리게 기어 다니지만 사냥을 시작하면 순식간에 목표물을 덮치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 가이드와 동행해야 한다. 숙련된 가이드도 낮잠을 자고 있다가 팔 한쪽을 잃는 사례도 있었고, 몇 년 전에는 미국 관광객 한 명이 사라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리카락과 배낭만 발견되기도 했다. 또 작년에는 코모도 드래곤의 사진을 찍으려던 싱가포르 관광객이 코모도 드래곤에게 물려 중상을 입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 같은 잦은 사고 탓에 코모도 드래곤을 만나면 절대 소리를 지르거나 뛰면 안 되고 과도한 사진촬영도 삼가야 한다고 전문 가이드는 신신당부한다. 

▲ 코모도 드래곤

코모도 국립공원 입구 쪽에는 코모도 드래곤의 먹이가 된 동물들의 뼈가 진열돼 있어 섬뜩하기는 하지만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세계적 희귀동물을 보고 오는 것도 좋은 경험이자 추억거리다.

이정현 기자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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