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국=김영순 편집장]폐지된 지 5년 만에 해양수산부가 재출범했다. 앞으로 세계적인 육상 에너지자원 고갈로 인해 해양자원 개발 경쟁이 치열해 지는 상황에서 실효성 있는 정책을 발굴해 수산산업을 견인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될 전망이다.
그렇기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산업 관련 기관이라고 하면 수산업협동조합(이하 수협)을 꼽지 않을 수 없다. 1962년 4월에 설립된 수협은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92개 지역․업종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조합원 수는 16만여 명. 중앙회는 수산물의 생산, 유통, 판매와 어민 복지 지원 업무들을 수행한다. 2007년부터 올해까지 두 번에 걸쳐 수협의 회장을 맡고 있는 이종구 회장은 그 자신 한 명의 어부로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수산업 종사자들의 권리를 위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새롭게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에서 해양수산부의 부활에는 시대적 요구가 있었다. 201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곡물, 육류, 수산물 등 향후 10년간 식량 가격의 상승과 공급부족을 보고서로 발표하면서 지금까지 다루지 않았던 수산 분야를 새로 추가했다. 식량 산업으로서의 수산업이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 보고서는 세계적인 수산물 수요의 팽창 현상을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 열도 분쟁 등 최근 동아시아에서 벌어지는 국제분쟁들이 바다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새 정부가 바다를 관리하는 일에 대한 중요성을 새삼 자각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히 영토로서의 문제가 아니라 어업자원 및 지하자원에까지 얽혀 있는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비롯되고 있다.

평생 어부가 만들어낸 성공의 결실들
이종구 수협중앙회장은 최근 한반도 주변 바다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상황들에 대하여 부쩍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중이다. 어민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수협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일까. 그러한 행동의 이면에는 또한 평생을 바다사람으로 살아 온 이 회장 개인의 정체성이 자리하고 있기도 하다.
1951년 경상남도 김해에서 출생한 이 회장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경남 진해시(현 창원시 진해구)에서 웅천 지역 어촌 계장을 맡았다. 말 그대로 시작부터가 어부의 삶이었다. 진해에서 성공한 어부가 된 이 회장은 37세에 전국 최연소 지역 수협조합장을 맡아 다섯 차례 조합장을 역임했고 경상남도 도의원으로도 일했다. 그리고 2007년에 수협중앙회 회장 자리에 올라 두 차례 연임했다. 그가 재임하는 동안 수협은 국민권익위원회의 「2012년 반부패 경쟁력 평가」에서 기타 공공기관 부문 최우수 등급을 받았고 이 회장은 40년만에 부활한 2012년 ‘어업인의 날’에 금탑산업훈장을 수여받았다. 2011년에는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의 찬사와 함께 협동조합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ICA․로치데일 파이오니아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여 받았으며 작년에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현재 1조 원 규모의 수산물유통산업 규모를 2021년에는 2조 원 규모로, 영업이익은 2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해양수산부의 부활, 수산업에 대한 시각 전환 필요
이러한 외적인 성과들과 해양수산부의 부활이라는 시대적 흐름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은 여전히 근심이 많아 보인다. 이 회장은 해양수산부의 부활에 대해 "수산업계 현안들이 원활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정책적 보호와 육성이 절실한 수산업 중심의 부처로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 수산업계가 처한 복잡한 상황에 대한 현실적 인식에서 비롯되는 판단에서다.
이 회장은 모 언론사 인터뷰에서 지난 40여 년간의 수산업의 역사를 ‘피해의 역사’라고 잘라 말했다. 1950년대~1960년대에 수산업은 한국 수출의 4분의 1을 담당했다. 그를 통해 조달된 자금이 대한민국 산업화의 밑거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업인의 입장을 제대로 생각해주는 정책과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수산업은 여전히 마이너리티의 영역에 머무르고 있다. 그 결과 공장 오폐수, 원전 온배수가 바다로 흘러가고 수출입 화물선에 작은 어선들이 로드 킬을 당하는 현실이 있게 됐다. 당장 어업인 출신의 정치인이 없다는 사실 또한 이러한 현실에 대한 대안을 내놓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

영세 어민들을 위한 보호책 시급하다
특히 이 회장의 시선은 거대한 힘과 규모의 경제 속에서 피폐해져가는 영세한 어민들을 향하고 있다. 연안이 오염되고 어장이 줄어드니 어민들은 더 비싼 비용을 들여 먼 바다로 나가는 상황인데, 경비와 더불어 자원 감소 현상이 나타나면서 영세어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 어로에서 양식으로 대세가 바뀌면서 양극화 문제도 추가됐다. 기업형 어업인들에게 면허가 남발되면서 어업자원이 급격하게 감소됐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여기에 한․중 FTA가 끼어듦으로써 더욱 복잡해진다. 지리적으로 우리나라와 가까운 중국에서 잡은 생선은 굳이 냉동이 필요치 않다. 말그대로 경쟁력에서 차이가 없어진다. 중국의 수산물 생산량은 1년에 5,700만 톤. 한국은 330만 톤에 불과하다. 한․중 FTA가 시급한 위기로 다가오는 것은 수협의 수장으로선 당연한 일이다. 어업경제가 무너지고 수산 인구가 어촌을 떠나면 그들은 도시 빈민이 될 수밖에 없다.
이 회장은 한․중 FTA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FTA가 분명히 피할 수 없는 세계적 대세임을 이 회장도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너무나 열악한 국내 수산업 현실에 비춰볼 때 수산업의 일반 기준으로서의 적용은 가혹하다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이다. 그래서 한․중 FTA에서 수산물 부문 양허를, 만약 안 된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함을 이 회장은 강조한다. 어촌 생태계가 붕괴되어가고 있는 현실에 총체적으로 가속도가 더해질지도 모른다는 것이 이 회장이 걱정하는 부분인 것이다.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유통기반의 정비 시작
그래서 이 회장은 영세 어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방책들을 하나둘씩 시행하고 있는 중이다. 우선 노량진수산시장을 현대화하고 생산자들의 수산물이 소비자들에게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유통 기반을 갖춘다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
현대화된 노량진수산시장은 차후 수산업 한류의 중심지로 전환시켜 글로벌 규모의 수산업 기반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미 착공식을 가졌으며 2015년 7월에 연면적 11만8천346㎡에 지하 2층, 지상 6층 규모로 새롭게 탄생한다. 그리고 복합유통기능을 수행하는 산지거점유통센터(FPC)를 주요 권역별로 설립해 위판, 선별, 포장, 규격화, 가공 등을 한곳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산지거점유통센터는 올해 2곳을 포함, 매년 단계적으로 설립해 20곳을 만든다. 동시에 소비자 유통 또한 강화하여 로컬푸드형 직거래마트를 운영하면서 ‘바다마트’ 등 소비자 수산물 전문매장도 확대한다.
또한 이 회장에게 있어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은 영세 어민들의 삶을 갉아먹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수협이 올해 가장 역점을 두는 과제도 중국 어선 불법 조업 단속과, 그와 관련된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의 외국인 등에 대한 주권적 권리행사에 관한 법률' 개정에 대한 꾸준한 이슈 제기다. 수협은 올해 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7대 수산정책 과제를 전달했으며, 그중 하나가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단속과 이에 따른 어업인 지원이다.

불법조업 단속금을 피해어민을 위한 지원으로
배타적경제수역에서 불법 조업을 하다 적발된 중국 어민들은 5000만 원(50톤 미만)~1억 원(160톤 이상)의 담보금을 한국에 납부하면 풀려난다. 이를 통해 최근 5년간 300억 원에 달하는 담보금이 국고에 들어갔다. 이 회장은 이렇게 발생한 담보금을 국고로 귀속시키지 말고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으로 피해를 본 어민의 소득 향상을 위해 써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자면 이 회장이 제시한 ‘어업인교육문화복지재단기금’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그중 하나다. 이러한 개정에 대한 의견은 지속적으로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어째서 어업인들을 지원해야 하는가? 이에 대하여 이 회장은 우리 어민들이 자비를 들여서 자원쟁탈전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바다라는 공유재에서 무주물인 수산물이라 함은, 우리가 안 잡으면 일본이나 중국에서 잡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원을 빼앗기면 외화를 들여 보완해야 한다. 더군다나 어민들은 풍랑과 태풍과 같은 거친 바다로 인해 재산과 목숨까지 위험한 상황에서 일을 한다. 그에 반해 고기를 잡는 방식에는 규제가 많다. 이는 수산업의 공익성이 강하다는 의미. 이와 같은 사항들이 있는데도 수산업을 그저 개인 사업이라고 치부하는 것에 대해서 이 회장은 아쉬움을 나타난대.

수산업의 미래는 대한민국의 미래
이 회장의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수산업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수산업 종사자들의 삶을 위해 살아 왔다는 분명한 지표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것은 바다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으로서 가질 수밖에 없는 태생으로서의 정체성이 작용한 결과다.
그러나 그 자신이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수산업은 아직도 소수적인 영역에 머무르고 있으며 사회의 낮은 이해 속에서 보호 받지 못하는 지점에 닿아 있다. 더군다나 내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자원 감소와 양극화와 같은 외적인 문제들도 당장 해결을 위해 착수하지 않으면 심각한 위협이 될 요인들로써 어른거리고 있다.
그래서 더욱 숙제도 많고 개척해야 할 일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를 극복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보람 또한 그만큼 더 커질 것이다. ‘어부’의 길, 이 회장의 삶과 역할이 계속해서 진행형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영순 편집장  jjim07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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