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탈리아 정상회담 통해 “창조경제 파트너십” 구축..17개 MOU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14일부터 3박 일간의 이탈리아를 방문해 정상회의 무대에서 우리의 외교역량을 높이고 국제사회에서 역할을 강화했다.

이번 방문에서 박 대통령은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에 첫 참석, 글로벌 현안과 유라시아 연계를 주도하는 중견국의 면모를 국제사회에 제시하고 한-이탈리아 정상회담을 통해 '창조경제'의 국제적 외연을 넓혔다.

우선 박 대통령은 이틀간에 걸친 아셈 정상회의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우리 정부의 대화 의지와 평화통일 추구 노력 등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유럽 및 아시아 정상들의 지지를 확보하는데 주력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아셈 전체회의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하루 속히 핵을 버리고, 폐쇄된 문을 열어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삶을 윤택하게 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는 길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하나가 된 한반도는 아시아와 유럽의 연계를 완성하는 탄탄한 고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튿날인 지난달 17일 정상간 자유토론에서 "북한이 이중적인 면에서 벗어나 진정성을 갖고 대화의 장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대화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며 북핵 및 인권문제 해결에 아셈회원국들의 긴밀한 협조를 당부했다.

특히 이번 방문에서 박 대통령은 아셈 정상외교 데뷔무대에서 자신의 핵심 외교‧안보 정책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실현을 위한 모멘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을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묶는 것을 제시하면서 정치, 군사적 측면에서도 평화적 연대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제2세션 선도발언에서 “저는 지난해 유럽과 아시아를 복합 물류네트워크로 연결하고, 문화교류와 창의성을 극대화해 창조의 시너지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며 “궁극적으로 유럽과 아시아를 하나의 대륙, 창조의 대륙, 평화의 대륙으로 만들어 나가자는 구상”이라고 밝혔다.

이날 박 대통령은 아시아와 유럽 간 연계성 강화를 위해 △물리적 연계 △디지털 연계 △문화‧교육의 연계 등 3가지 방안도 제시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통해 유럽과 아시아가 연계된 거대 시장을 창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동력으로 삼으면서 남방과 북방을 연결하는 새로운 모멘텀(추동력)을 마련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韓 ‧ 伊, ‘창조경제 파트너십’ 구축

아셈 정상회의 뒤 반나절의 일정동안 가진 이탈리아 공식방문에서는 르네상스의 발원지이자 패션 ‧ 문화 강국인 이탈리와의 관계를 ‘창조경제 파트너십’으로 격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양국은 창조경제 파트너십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 간 2건, 민간 15건 등 총 17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3대 경제협력 방향도 제시했다.

양국은 우선 ‘산업혁신 및 기술협력 MOU’로 창조경제 파트너십의 기반을 마련키로 했다. 이는 우리나라 산업통상자원부와 이탈리아 경제개발부 사이에 체결된 것으로 양국 간에는 처음으로 정부 차원에서 맺는 MOU다.

15개 민간분야 MOU는 △패션‧섬유‧디자인 등 생활산업 명품화 협력 △상호 강점을 결합한 첨단 기술 협력 △양국 경제규모에 걸맞는 교역‧투자 확대 등 양국 정상이 합의한 3대 경제협력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사뭇 고무적이다.

생산액 355억유로, 기업수 5만여개, 종사자 420만명이라는 수치가 말해주듯이 이탈리아는 패션‧섬유 산업에서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한 국가다. EU전체에서 패션‧섬유 산업에서 기업수의 28% 매출액의 31%가 이탈리아에서 나온다.

이에 따라 양국은 패션‧섬유‧디자인 등 생활산업 분야에서 다양한 협력을 진행키로 했다. 이를 계기로 우리 생활 산업분야를 명품화 시키겠다는 의미로 읽혀진다.

수백 년 이상의 장수 가업승계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이탈리아로부터 가업승계와 기술축적 노하우를 공유하는 MOU도 체결했다.

특히 두 정상은 한반도 안보와 관련해 북한이 탄도미사일 및 핵무기 프로그램의 완전폐지와 함께 모든 인권침해를 중단하는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두 정상은 공동언론 발표문을 통해 "북한이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 및 2005년 6자회담 공동성명상 공약을 철저히 이행할 필요성을 재확인했다"면서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과 활동의 중지뿐만 아니라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법으로 폐기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이 관련 유엔 결의안을 준수하고 북한유엔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의 결론을 고려, 모든 인권침해를 중단하는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이어 한반도 평화와 신뢰 관계 증진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특히 이탈리아 측은 우리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평화협력구상에 대해 지지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단독면담에서 2달만에 재회한 소회를 나누고, 에볼라, 빈곤 등 국제문제, 가정의 가치, 인류 공동체의 행복 증진을 위한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한 뒤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교황예방에 이어 열리는 한-이탈리아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올해 수교 130주년을 맞는 한·이탈리아 우호협력 관계를 '창조경제 파트너십'으로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중국의 2인자인 리커창(李克强) 총리와의 회담에서 우리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남북관계가 아직 불안정한 국면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남북 간 연결고리 역할을 해온 중국 측의 지지 의사를 대외적으로 확인함으로써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는 지렛대 효과가 기대된다.

리 총리는 회담에서 최근 남북 간 접촉과 관련해 “중국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통일을 지지하며 이를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면서 “남북접촉은 적극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마연옥 기자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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