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맞아 경기도 포천 소재 백운산을 올랐다.

이름이 좋아서일까? 백운산(白雲山)이란 이름은 우리나라에서 30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중 필자가 알고있는 대표적인 백운산은 8개이다. 즉, 경기도 포천의 백운산(白雲山) 이외에도 전라남도 광양시에 있는 백운산, 경기도 의왕시, 수원시, 용인시 사이에 있는 백운산, 강원도 원주시와 충청북도 제천시 사이에 있는 백운산, 강원도 김화군에 있는 백운산, 강원도 정선군과 평창군 사이에 있는 백운산, 경상남도 함양군과 전라북도 장수군 사이에 있는 백운산, 울산광역시에 있는 백운산 등이 그것이다. 이중 수도권에 사는 등산객들은 거리가 가까워 경기도 포천의 백운산과 의왕시 소재 백운산을 자주 찾는 편이다.

경기도 포천 소재 백운산은 2008년 3월에 오른 후 7년 만이다. 들머리는 광덕고개. 일명 캐러멜고개라고도 부른다. 경기도 포천시와 강원도 화천군의 경계로 해발 664m 높이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필자의 경우 포천 이동면에서 군생활을 했기 때문에 이곳은 군대시절의 추억이 어린 산이기도 하다. 캐러멜고개라는 이름은 광덕고개를 오르는 고된 군사훈련 후 고갯마루에 오르면 캐러멜 한 갑씩을 나눠줬다는 데서 유래한다고 전해온다.

수림이 울창해 계곡이 깊고 곳곳에 화강암 바위들과 깎아세운 듯한 낭떠러지가 있어 등산의 묘미를 주는 산이다. 백운계곡은 특히 여름피서지로 유명하다. 겨울철에는 국망봉을 지나 청계산까지 설산종주코스의 기점이 되기도 한다.

등산코스는 ⑴광덕고개쉼터-백운산 정상-흥룡사 코스, ⑵흥룡사-봉래굴 갈림길-향적봉-흥룡사 코스, ⑶흥룡사-흥룡봉-향적봉-도마치봉-삼각봉-백운산 정상-광덕고개 쉼터 코스 등이 있는데, 필자 일행은 ⑴코스, 즉, 광덕고개 쉼터-백운산 정상(903,1m)-흥룡사 코스를 택했다. 총 소요시간은 여유있는 걸음으로 3시간(점심시간 제외) 정도.

등산로는 몇 구간 급경사구간이 있기는 하지만 비교적 완만한 편이며, 위험구간의 경우에는 로프난간이 설치되어 있다. 들머리인 광덕고개쉼터 자체가 664m 높이여서 903m높이인 백운산 정상까지 240m 정도 만 오르면 된다. 능선 등산로는 밀림처럼 울창한 숲길도 있고 가슴이 탁 트일 정도로 조망이 멋진 바위길도 지나간다.

들머리인 광덕고개에는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표시가 있고, 농특산물 장터와 함께 휴게소 카페도 보인다. 장터 우측으로 가파른 철계단이 세워져 있고 ‘등산로 입구’라고 쓰여진 팻말도 눈에 띈다.

오르는 능선과 비탈에는 잔설이 남아 있고 해발 903m 높이이다 보니 아직은 약간 추위도 느껴진다. 비탈길이 제법 미끄럽다. 3월 산행시에는 고산의 경우 반드시 만일을 대비하여 아이젠과 바람막이여벌옷을 준비하는 게 좋다.

광덕고개에서 백운산 정상까지는 3.2km, 정상에서 흥룡사 주차장까지는 4km, 총 7.2km 산행이다. 전방지대 산이다 보니 능선 곳곳에 참호도 보인다. 광덕고개에서 몇 분 오르면 한북정맥등산안내판을 만난다. 한북정맥은 광덕산(1,046m)-백운산(903m)-국망봉(1,168m)-청계산(849m)-운악산(935m)-수원산(709m)-국사봉(547m)-죽엽산(601m)- 축석령(175m) 로 이어지는 총 64km의 산맥이다.

들머리에서 약 30분 쯤 오르면 1차 작은봉우리 쉼터. 광덕고개에서 1.16km, 백운산 정상까지는 2.04km 남았다. 잠시 숨을 돌린 후 다시 하늘길을 걷듯 울창한 능선숲길을 걷는다. 모진 겨울을 지낸 낙엽들이 힘없이 누워있고 오를수록 잔설(殘雪)이 더욱 깊어진다. 정상이 가까워지면서 비탈길도 더욱 가파라진다. 로프길이 계속 이어진다. 정상 200m 직전에는 위험구간 표시목도 세워져 있다.

드디어 백운산 정상(903.1m) 도착. 광덕고개 들머리에서 약 1시간 반 정도 걸렸다. 정상에는 白雲山이라고 쓰여진 표지석과 함께 등산안내판도 세워져 있다. 정상에서 직진하면 삼각봉(0.93km, 28분)-도마치봉(1.15km, 45분)- 향적봉(1.48km, 1시간 15분)-흥룡사(2.94km, 2시간15분)으로 이어지는 종주코스이고, 우측은 흥룡사로 직접 내려가는 최단코스(4km)이다.

정상에서 점심식사 후 하산을 시작한다. 하산능선은 양지여서인지 잔설이 보이지않는다. 울창한 숲능선길을 30분 쯤 내려가면 시야가 훤히 트이면서 삼각봉, 도마치봉 등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전망이 좋다. 계곡과 능선이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 전망포인트를 지나면 다시 숲길. 하산길이 점점 가파라진다. 로프난간을 잡고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위험구간 표시목도 연이어 나타난다. 위험구간 표시가 있기는 하지만 약간 가파를 뿐 실제로는 그렇게 위험스러운 구간은 아니다. 하산 중간지점인 봉래골과 암반지역을 지나면 다시 하산 2/3 지점인 전망포인트를 만나고, 곧 사실상 하산 날머리인 백운교 계곡에 이른다. 정상에서 이곳까지 약 1시간 반 소요. 계곡 물에 발을 담그고 산행의 피로를 푼다. 아직은 물이 제법 차갑다. 냉기가 온몸으로 스며드는 느낌이다. 손발을 씻은 후 흥룡사에 올라 잠시 불심을 느껴본다.

이번 산행은 특히 필자가 속해있는 모산악회의 시산제를 겸한 등산이기도 하다. 종교적으로 볼 때는 미신이라고 볼 수 있지만 한 해 산행길 안전을 비는 의식이기 때문에 굳이 미신 여부를 따질 일은 아니다. 귀가 후 T.V를 보니 주말 인수봉에서 암벽등반 도중 낙석으로 아까운 젊은이가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겨우내 얼었던 바위가 녹으면서 등산객의 머리로 떨어진 것 같다. 해빙기 산행시 유념해야 될 교훈이다. 필자 역시 8년 전 암벽등반 도중 후배산우가 바로 필자 눈 앞에서 바위절벽 아래로 추락, 사망한 것을 직접 목격한 적이 있다. 그때의 충격이 지금도 생생하다. 올해도 부디 모든 등산객들이 안전산행을 하기를 마음 속으로 간절히 빌어본다.

글 사진/ 임윤식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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